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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8 01:47:44

수집의 세계는 무한하다. 뭐든 모으면 취미가 되고 컬렉션이 된다. 우표, 화폐, 야구 카드 같은 전통적이고 꾸준한 장르는 역사가 깊고 시장도 크지만 생각보다 초보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구축된 방대한 세계에 비해 자신이 가진 게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그런 듯하다. 나도 이것저것 사 모으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까지는 이사를 자주 다녀야 했던 형편이라 본격적으로 수집에 발을 담그진 못했다. 그동안 방문한 곳의 기념 자석 같은 걸 사서 모은 게 나름의 컬렉션이 되긴 했지만. 그 외에도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니 종종 사서 모으는데, 만화는 한국을 떠난 지 오래 돼서 한국어 만화는 못 산 지 오래됐고 (아직 한국에 있는 작은 만화책 컬렉션은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때 모은 것), 요즘 게임은 디지털 구매를 더 많이 하는 편이라 좀처럼 수집의 맛이 살아나진 않는다. (그래서 이제부턴 다시 카트리지로 구매하려 하는 중...)

 

어떤 계기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갑자기 플레잉 카드(트럼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잘 아는 표준 디자인의 카드도 있지만, 기념품이나 특별 한정판, 그리고 수집용으로 나온 다양한 디자인의 카드가 시중에 있다. 온라인 상점에서 구경을 하던 중 이걸 사서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첫째로 가격에 부담이 없다. 그 어떤 한정판이고 유명 브랜드라 하더라도 일반 카드 한 벌 값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둘째로 규격화가 되어 보관하기 좋다. 카드 사이즈는 동일하고, 카드가 들어 있는 상자 역시 99.9% 카드 사이즈에 맞춰 타이트하게 제작된다. 패키지 사이즈가 동일하니 착착 쌓아서 보관하기에 좋다. 셋째로 실용성이다. 각기 다른 디자인을 구경하는 재미도 크지만, 무엇보다 카드 한 벌만 있으면 수십 가지의 게임을 할 수 있다. 카드 마술을 배워도 좋고, 현란한 카드 기술(cardistry)에까지 손을 댄다면 카드 한 벌로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명륜 진사 카드다.

 

서론이 좀 길었는데 본론은 첫 구매 자랑이다. 첫 달에 4종을 구매했다. 이번 달에도 4종을 구매했는데, 그건 다음 글에서.

 

 

상자부터가 네모나고 각진 게 너무 이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킵 스마일링(계속 웃어라), 그래픽 치트시트(컨닝페이퍼), 바이시클 다크 모드, 그리고 칼라베라.

 

이렇게 일련번호가 찍혀 있는 것도 있다.

 

티스토리 이미지 편집기를 거치니까 사진이 이상하게 압축됐는데 양해 바란다. 위 4종 중 바이시클 카드는 역시 명성에 걸맞게 촉감 자체가 남다르다. 이래서 카드 마술 하는 사람은 거진 바이시클을 쓰나 보다. 물론 다른 카드 중에도 바이시클 카드처럼 덜 미끌거리고 손에 착 붙는 재질로 된 카드가 있다. 2차 구매 물품 중에도 그런 물건이 있었는데, 그건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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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9 07:35:05

예전에 이 주제로 짧은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좀 더 시간 단위로 쪼개어 자세한 내용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실제 프리랜서 혹은 100% 원격근무 번역가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서요.

 

[기상]

보통 10시~10시 반 사이에 일어납니다. 요즘엔 9시 정도로 기상 시간을 당기려고 노력 중. 보통 아침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없어서 기상 시간은 자유롭지만, 회사 본사 위치에 따라 시차 때문에 생활 패턴이 바뀌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 회사는 앞뒤로 1~2시간 안에서 커버.

 

[아침 식사 등]

늦게 일어나 아침 혹은 아점을 먹고 경제 뉴스 같은 것도 봅니다. 짤막한 만화 한 편 (30분 이하) 또는 리얼리티 쇼 에피소드 한 편 정도를 보기도 하고요. 업무용 랩탑 배터리 충전을 깜빡했다면 아침을 먹는 동안 충전합니다. 전원 꽂고 랩탑 사용하는 걸 싫어해서요.

 

아침 식사 후 일정이 갈리는데, 일이 많지 않은 경우 1시간 조금 넘게 산책을 갑니다. 드물긴 하지만 일이 많은 경우, 오전 오후로 업무 시간을 나눕니다. 그런 경우엔 아침을 먹은 후 오전 분량을 처리하고요.

 

[점심 또는 간식]

아침을 늦게 먹는 경우가 많아서 점심은 늦은 오후에(2~3시 정도) 간단한 간식으로 대체합니다. 일이 많지 않은 날은 아침 산책 후 점심 간식 먹기 전까지가 주 업무시간입니다. 그날 작업량이 1500단어 내외라면 이때 한 번에 처리합니다. 2000단어 이상이라면 오전 오후로 나눠 하는 편이고요. 원래는 2000단어 넘는 적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구조조정(?) 이후로는 가끔 있습니다.

 

[게임 또는 기타 업무 시간]

대부분의 업무를 끝내고 점심 또는 간식을 먹으면 보통 3~4시 정도입니다. 이때 주로 게임기를 켜는 편인데요, 요즘엔 포켓몬 알 부화에 열중입니다. 번역 외 기타 일이 있다면 이 시간에 처리하기도 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요.

 

업무는 보통 5시, 늦어도 6시에 끝내는 편입니다. 물론 작업량이 많지 않은 날은 위에 말한 주 업무시간 후에 바로 일을 마무리하기도 하고요. 그런 날은 3~4시 정도에 업무가 끝납니다. 남는 시간에는 주로 게임을 하지만 요즘엔 책을 읽기도 합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보통 피아노 또는 오르간 연습을 하는데, 작년부터 요통이 재발해서 이것도 마음처럼 되진 않네요. 그 외에 요즘 다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서 업무를 마친 후에 그림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하루 일과란 게 따로 없으니 마냥 자유로울 것만도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해 보니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네요. 아무리 프리랜서 또는 원격 근무라고 해도 나름의 일과를 정해 유지하는 건 중요합니다. 바깥 공기를 쐬고 햇볕을 쬐는 것도 중요하고요. 당연한 소리 같지만 저는 그걸 조금 힘들게 깨달았거든요.

 

2022-07-11 04:18:43

오랜만에 쓰는 게임 번역 관련 글입니다. 올해 들어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팀 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익명성을 지키는 선에서 저희 팀에 대해 설명하자면,

 

  • 대형 모바일 게임 개발사/퍼블리셔의 한 부서(흔히 '인하우스'라고 합니다.)
  • 영어 소스를 10여 개 언어로 번역하지만, 게임 원어는 영어가 아님
    • 따라서 크게 원어>영어 현지화 과정과 영어>타언어 과정으로 나뉨
  • 각 언어별로 번역가 2~3명 할당. 대부분 풀타임/정규직 직원
    • 원어>영어는 번역가가 5명 정도 있고, 편집자도 따로 있음
  • 창설 당시부터 100% 원격 근무
  • 상황에 따라 외주 작업도 맡김. 주력 게임("사대천왕") 외에는 외주 100%로 진행하기도 함.

100% 원격 근무인 데다 실질적인 작업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게임 번역가에겐 최고의 근무 환경이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꿀 빨던 팀도 시장 상황이 변함에 따라 불가피한 조정을 맞이하게 됐는데요. 요약하자면...

 

  • 점유율이 미미한 언어 팀 정리해고 (해당 언어 번역가 2명)
  • 외주업체에 발주하는 물량 축소
    • 따라서 인하우스 팀의 작업량이 10~30% 증가
  • 텍스트의 쓰임에 따라 각기 다른 품질 기준 적용 (덜 중요한 것은 빨리 쳐낼 수 있도록)

점유율이 미미했던 언어의 경우, 해당 국가 매출이 전체의 0.5% 미만 수준이었다고 하며, 사대천왕 게임 중 일부가 해당 언어 지원을 중단하여 결국엔 번역가 두 명에게 갈 만큼의 일감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그중 한 명은 파트타임이었는데도 말이죠. 다행히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규모도 큰 편이고, 외국 플레이어들에 비해 국내 플레이어들은 모바일 게임 내 결제에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전 한숨 돌렸지만요.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왠지 내년 연봉은 동결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하여튼 올해는 전사적으로 효율성의 기치를 내걸고 가열차게 달리려는 모양입니다. 효율이 제1의 지상과제가 되었으며, 다른 회사들처럼 신규 채용도 전면 중단한 상태입니다. 자리만 있으면 전에 같이 일했던 팀원들을 데려오고 싶었는데, 당분간 그것도 못 하게 생겼네요...

 

나도 부업을 시작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