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게임 번역 관련 글입니다. 올해 들어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팀 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익명성을 지키는 선에서 저희 팀에 대해 설명하자면,
- 대형 모바일 게임 개발사/퍼블리셔의 한 부서(흔히 '인하우스'라고 합니다.)
- 영어 소스를 10여 개 언어로 번역하지만, 게임 원어는 영어가 아님
- 따라서 크게 원어>영어 현지화 과정과 영어>타언어 과정으로 나뉨
- 각 언어별로 번역가 2~3명 할당. 대부분 풀타임/정규직 직원
- 원어>영어는 번역가가 5명 정도 있고, 편집자도 따로 있음
- 창설 당시부터 100% 원격 근무
- 상황에 따라 외주 작업도 맡김. 주력 게임("사대천왕") 외에는 외주 100%로 진행하기도 함.
100% 원격 근무인 데다 실질적인 작업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게임 번역가에겐 최고의 근무 환경이라고 감히 자신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꿀 빨던 팀도 시장 상황이 변함에 따라 불가피한 조정을 맞이하게 됐는데요. 요약하자면...
- 점유율이 미미한 언어 팀 정리해고 (해당 언어 번역가 2명)
- 외주업체에 발주하는 물량 축소
- 따라서 인하우스 팀의 작업량이 10~30% 증가
- 텍스트의 쓰임에 따라 각기 다른 품질 기준 적용 (덜 중요한 것은 빨리 쳐낼 수 있도록)
점유율이 미미했던 언어의 경우, 해당 국가 매출이 전체의 0.5% 미만 수준이었다고 하며, 사대천왕 게임 중 일부가 해당 언어 지원을 중단하여 결국엔 번역가 두 명에게 갈 만큼의 일감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그중 한 명은 파트타임이었는데도 말이죠. 다행히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규모도 큰 편이고, 외국 플레이어들에 비해 국내 플레이어들은 모바일 게임 내 결제에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 전 한숨 돌렸지만요.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왠지 내년 연봉은 동결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하여튼 올해는 전사적으로 효율성의 기치를 내걸고 가열차게 달리려는 모양입니다. 효율이 제1의 지상과제가 되었으며, 다른 회사들처럼 신규 채용도 전면 중단한 상태입니다. 자리만 있으면 전에 같이 일했던 팀원들을 데려오고 싶었는데, 당분간 그것도 못 하게 생겼네요...
나도 부업을 시작해야 하나...
'게임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 번역가의 삶 2 (0) | 2022.08.09 |
---|---|
[번역 일반] 기계 번역... 우리는 아직 안전한가 봅니다 (0) | 2022.07.01 |
번역 작업시 활용하는 도구 (1) | 2019.01.04 |
자주 물어볼 것 같은 질문 (0) | 2018.11.13 |
게임 번역가의 삶 (7) | 2018.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