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는 첫 글 제목입니다. 검색을 통해 이 곳에 오신 분들 중 게임 번역가 지망생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므로 영한 번역 기준임을 알려드리며,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 게임 번역가의 자격 요건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첫째는 언어적 소양입니다. 외국어는 독해가 중요하고, 국어는 작문이 중요합니다. 지나친 번역투 때문에 게임 몰입이 깨졌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어 작문에 대한 고민 없이, "내용"을 옮기는 번역이 아닌 "문장"을 옮기는 번역만 하면 그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는 집중력과 꼼꼼함입니다. 몇 만 단어가 넘어가는 큰 프로젝트의 경우 몇 주간 해당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하여 고객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외에도 필요한 자료조사를 하며 번역을 진행하고, 검수자가 따로 있긴 하지만 내가 납품한 파일이 그대로 출시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오탈자나 내용/설정상 오류까지 잡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자료조사는 특히 자신이 용어 정의를 직접 해야 할 때 중요합니다.
셋째는 창의력입니다. 흔히 센스라고 하죠. 언어적 소양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특히 다국어 마케팅 캠페인 프로젝트를 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엔 게임 내 각종 이벤트를 동시에 다국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SNS 포스팅 등) 게임 번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하며 만족할 만한 속도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하루 6-7시간에 2,500 단어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하루 3,000 단어를 넘어가면 날림으로 간주합니다. (물론 가끔 불가피하게 3,000 단어 이상을 해야 할 경우도 있긴 합니다.)
자격 요건이라고 했습니다만, 모두 객관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께는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2. 시장 진입
자격 요건을 어느정도 갖췄으니 이제 데뷔하는 것이 수순입니다.
I. 이력서 준비
깔끔한 포맷의 이력서를 국문, 영문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포맷은 인터넷에 검색해 보시고 참고하면 됩니다. 번역가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경력 부분이죠. 숙련된 번역가분들의 이력서를 보면 이 부분에 그동안 자신이 했던 프로젝트를 쭉 나열하여 몇 장씩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발을 들이고 싶은 초보 분들은 딱히 채울 만한 것이 없어 난감하죠.
단순한 웹사이트 형식으로 이력서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요즘에는 LinkedIn으로 이를 대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듯 이력서는 준비가 되었는데, 텅텅 빈 경력란은 어떻게 할까요?
II. 들이대기
무엇이든 어디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르바이트 채용 포탈에 번역 사무보조 알바 공고가 올라오는지 눈여겨보세요. 풀타임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일단 처음에는 이력서 경력란에 넣을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한 거니까요. 게임회사나 IT회사 알바면 같은 계열이니 더욱 좋겠죠. 번역 내근직은 보통 6개월-2년 사이 계약직 자리가 있으니, 급여가 나쁘지 않으면 입사해서 어느 정도의 회사 생활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경로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학생이거나 기타 사유로 파트타임 내근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마추어 프로젝트에 참가해 경험치를 쌓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에도 유저 한글화 커뮤니티가 나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게임 커뮤니티를 돌아보거나, 아마추어 번역을 하는 커뮤니티를 찾아 프로젝트에 참가해 보세요. 초보라 딱히 경력이 없는 경우, 이력서에 아마추어 작업 이력을 적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경력란이 조금 채워졌으면 이제 번역 에이전시에 이력서를 돌릴 수 있습니다. 게임 로컬라이제이션 전문 회사에 지원을 하셔야 나중에 게임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으며, 회사에서 여러분의 이력서를 받은 후 마음에 들면 테스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테스트는 번역만 하는 경우도 있고, 번역과 검수 두 가지 모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그 후에 맞는 일이 있을 때 의뢰를 받아 작업하게 되지요.
자신에게 맞는 내근직을 찾아 회사에 들어가거나 번역 업체 테스트를 통과하여 프리랜서 등록을 하였다면 게임 번역가로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디딘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번역가라고 하면 프리랜서 번역가를 떠올릴 만큼,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서 그런지 회사에서 번역 업무를 하는 분들에게 번역가라는 명칭은 왠지 어색한 느낌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게임)회사 생활과 프리랜서 생활의 장단점, 재택근무 요령, 그리고 지망생 분들이 자주 하실 것 같은 질문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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