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번역으로 그럭저럭 먹고 살기 RSS 태그 관리 글쓰기 방명록
프리랜서 (4)
2022-08-09 07:35:05

예전에 이 주제로 짧은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좀 더 시간 단위로 쪼개어 자세한 내용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실제 프리랜서 혹은 100% 원격근무 번역가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서요.

 

[기상]

보통 10시~10시 반 사이에 일어납니다. 요즘엔 9시 정도로 기상 시간을 당기려고 노력 중. 보통 아침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없어서 기상 시간은 자유롭지만, 회사 본사 위치에 따라 시차 때문에 생활 패턴이 바뀌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 회사는 앞뒤로 1~2시간 안에서 커버.

 

[아침 식사 등]

늦게 일어나 아침 혹은 아점을 먹고 경제 뉴스 같은 것도 봅니다. 짤막한 만화 한 편 (30분 이하) 또는 리얼리티 쇼 에피소드 한 편 정도를 보기도 하고요. 업무용 랩탑 배터리 충전을 깜빡했다면 아침을 먹는 동안 충전합니다. 전원 꽂고 랩탑 사용하는 걸 싫어해서요.

 

아침 식사 후 일정이 갈리는데, 일이 많지 않은 경우 1시간 조금 넘게 산책을 갑니다. 드물긴 하지만 일이 많은 경우, 오전 오후로 업무 시간을 나눕니다. 그런 경우엔 아침을 먹은 후 오전 분량을 처리하고요.

 

[점심 또는 간식]

아침을 늦게 먹는 경우가 많아서 점심은 늦은 오후에(2~3시 정도) 간단한 간식으로 대체합니다. 일이 많지 않은 날은 아침 산책 후 점심 간식 먹기 전까지가 주 업무시간입니다. 그날 작업량이 1500단어 내외라면 이때 한 번에 처리합니다. 2000단어 이상이라면 오전 오후로 나눠 하는 편이고요. 원래는 2000단어 넘는 적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구조조정(?) 이후로는 가끔 있습니다.

 

[게임 또는 기타 업무 시간]

대부분의 업무를 끝내고 점심 또는 간식을 먹으면 보통 3~4시 정도입니다. 이때 주로 게임기를 켜는 편인데요, 요즘엔 포켓몬 알 부화에 열중입니다. 번역 외 기타 일이 있다면 이 시간에 처리하기도 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게임을 하기도 하고요.

 

업무는 보통 5시, 늦어도 6시에 끝내는 편입니다. 물론 작업량이 많지 않은 날은 위에 말한 주 업무시간 후에 바로 일을 마무리하기도 하고요. 그런 날은 3~4시 정도에 업무가 끝납니다. 남는 시간에는 주로 게임을 하지만 요즘엔 책을 읽기도 합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보통 피아노 또는 오르간 연습을 하는데, 작년부터 요통이 재발해서 이것도 마음처럼 되진 않네요. 그 외에 요즘 다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서 업무를 마친 후에 그림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하루 일과란 게 따로 없으니 마냥 자유로울 것만도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해 보니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네요. 아무리 프리랜서 또는 원격 근무라고 해도 나름의 일과를 정해 유지하는 건 중요합니다. 바깥 공기를 쐬고 햇볕을 쬐는 것도 중요하고요. 당연한 소리 같지만 저는 그걸 조금 힘들게 깨달았거든요.

 

2018-11-13 01:10:33



1. 관련 학위가 꼭 필요한가요?


> 게임 번역 쪽 이력서를 받아보면 관련 학위 소지자가 반, 비 소지자가 반입니다. 물론 국문, 어문, 통번역 등 관련학과를 졸업하면 처음에 취직하는 것이 비전공자보다는 수월하겠죠. 그러나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에는 학위보다도 경력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물론 이건 번역 쪽 이야기고, 통역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2. 에이전시로부터 번역료를 받는 과정과 기간?


> 일단 에이전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작업을 하여 납품합니다. 보통 에이전시 측의 전산 시스템이 따로 있는데, 작업물을 납품한 후에 시스템 상에서 그에 대한 청구서(invoice)를 제출할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시 측에서 받은 작업물을 확인하여 최종 완료 처리를 하면 그때 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되는데, 회사에 따라 이메일로 알림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고 내가 수시로 시스템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절차에 따라 청구서를 보내면 시스템 상에 등록된 계좌로 시일 내에 번역료가 들어옵니다.

> 보통 납품에서 입금까지 2달 정도를 잡으시면 됩니다. 에이전시도 고객에게서 수금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에이전시에 납품을 한 뒤 에이전시에서 고객(사)에게 최종 납품을 하면 보통 고객(사)은 2-4주 내에 비용을 지불합니다. 이렇듯 납품과 입금 사이의 기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프리랜서는 이것까지 고려하여 금전관리를 해야 합니다. 


3. 초보 번역가인데 요율은 어떻게 정하죠?


>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에이전시에서 고객에게 청구하는 금액 범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영한 번역의 경우 언어 간 유사성이 없고, 특히 게임 쪽은 아직 공급이 넘치지 않기에 희귀 언어로 분류되어 영어-스페인어, 영어-불어 등 유럽권 언어보다는 비싼 편입니다. 일반 번역의 경우 단어당 USD 0.10-0.15 정도이며, 특수분야의 경우 USD 0.20까지도 올라갑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에이전시의 요율이기 때문에, 에이전시에 속한 번역가들의 요율은 저것보다는 낮게 되겠죠. 위 사항과 자신의 경력 등을 감안하시어 요율을 정하시면 됩니다. 물론 고객과 직거래를 하면 더 높은 요율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번역 툴은 필수인가요?


> 네, 필수입니다. CAT(Computer-assisted Translation) Tool이라고 하는 번역 툴 없이 고품질의 결과물을 내는 것은 특히 게임 분야에서 거의 불가능합니다. 번역 툴에는 일단 용어집(Glossary/Term base) 기능이 있기 때문에, 원문에 해당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특정 용어가 들어있을 경우 이를 툴이 인식하여 용어를 일관성 있게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Translation Memory(TM)라는 기능이 있는데, 내가 (또는 같은 프로젝트에서 작업하는 다른 번역가가) 작업한 라인을 모두 메모리에 저장하여 다음에 유사한 구문이 나오는 경우 이전에 번역된 유사 구문을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또 번역 툴에는 기본적인 QA 기능이 있어 파일을 납품하기 전 기본적인 용어/구문 일관성, 공백 체크, 태그 체크 등의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경우 에이전시에서 주로 CAT Tool 라이선스를 제공합니다. 제가 계약한 회사는 모두 MemoQ를 쓰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Trados를 쓰는 곳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업무용 프로그램이다 보니 가격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조금 비싼 감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CAT Tool을 체험해보고 싶으신 분은 Memsource에서 개인용 무료 계정을 제공하니 이를 이용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MemoQ와 비슷하면서 좀 더 단순하게 나와 초보자도 쉽게 쓸 수 있는 툴입니다. 구독제로 운영하는데, 유료 요금제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괜찮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Memsource를 사용해서 정이 든 것 같습니다...)


5. 번역 툴 외에 필요한 컴퓨터 관련 역량은?


> MS 엑셀을 만져본 적 없으신 분들은 엑셀을 꼭 익히시기 바랍니다. 에이전시 소속으로 번역 툴을 사용해서 순수하게 번역/리뷰만 할 경우는 크게 해당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근직을 희망하거나 나중에 PM(프로젝트 매니저) 직, 아니면 게임 산업 내 다른 분야로 이직을 희망하는 경우라면 엑셀은 필수입니다. 우선 L10N 쪽에서는 필터와 vlookup, 그리고 len(텍스트 길이 제한 때문에...)과 그 응용 함수만 잘 써도 웬만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vlookup은 이것만 알아도 기본 사무직은 거의 커버할 수 있는... 마법의 함수입니다.)

> 그 외에도 번역 툴을 사용하다 보면 Regex가 필요한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패턴을 정의하는 일종의 문자식인데, 주로 번역 툴에 게임 내 사용되는 태그 패턴을 지정할 때 사용합니다. 패턴을 지정해 주면 태그로 인식되는 부분은 따로 묶어 텍스트와 같이 편집되지 않도록 처리하거든요. 인터넷에 regex라고 검색한 후, 막막하시면 cheat sheet 위주로 시작하는 것을 살짝 추천해 봅니다. (사실 저도 잘 못하는 거라...)


6. 게임 잘해야 되나요?


> 아닙니다. 관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게임 용어뿐만 아니라 게이머들이 쓰는 은어도 알아야 하는데, 물론 이 은어가 실제 제품에서 쓰일 수 있는 말인지 가려낼 수 있는 센스도 당연히 있어야겠죠.


7. 외국어는 어느 정도로 잘해야 되나요?


> UI 텍스트, 아이템 설명, 시스템 메시지 등은 상급 독해 실력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대사나 스토리 등 내러티브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독해 실력뿐만 아니라 해당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수입니다. 특히 대사는...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답니다...^0^



2018-11-08 06:04:28


대부분의 번역가들은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과표로부터의 해방은 번역가라는 직업을 고려할 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매력임이 분명합니다. 마감일만 잘 지키면 그 안의 일정은 100% 내 자유니까요. 그러나 프리랜서 생활의 특성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면이 있기 때문에, 특히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기업체에 취직하여 회사원 1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정규직/내근직

게임 현지화 (Localization, L10N) 작업 시, 번역 부분은 주로 게임 번역 전문 업체에 외주를 줘서 프리랜서 번역가들이 작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회사에 따라 L10N 팀에서 번역 업무 일부 또는 전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주로 수출을 위해 한영, 한중 등 한국어에서 외국어로 번역을 하게 되며, 팀원은 주로 교포와 유학생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내근직의 장점은 역시 안정성입니다. 작업량에 관계없이 월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입니다. 4대보험도 회사에서 들어주니 기본적 사회보장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회사에 따라 기타 사보험이나 전세 대출 등 추가 복지혜택이 있어 인생을 설계하기에 훨씬 용이합니다. 물론 최대 단점은 내 작업량과 관계 없이 최소 정해진 업무시간 동안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정해진 업무시간이 있는 만큼 퇴근 후나 주말에는 쉴 수 있으며, 연차 제도도 있습니다. 요즘엔 장기근속(보통 3년)시 2주에서 한 달정도의 안식 휴가를 별도로 주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 프리랜서 

번역가 지망생이라면 모두 꿈꾸는 프리랜서 생활. 기본적으로 자영업과 같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입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소득신고도 알아서 해야 하는데, 이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등 기초사회보장제도에 지역가입자로 직접 가입해서 관리해야 하는 등,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더 생기기도 합니다.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처음 준비할 땐 아무래도 조금 막막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 모두 아침에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일어나 커피나 차를 한 잔 타서 잠옷을 입은 채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꾸고 있으니, 그 정돈 감수할 만합니다. 물론 일만 꾸준하다면요. 하지만 일이 정말 꾸준하다면 휴가를 계획하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마감이 빠듯할 경우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일해야 하며, 일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장기 휴가를 계획하기도 애매합니다. 물론 휴가를 떠날 땐 업체에 부재 통보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동안 잠재적인 의뢰를 못 받게 되니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듭니다.


> 그렇다면 나는? 

이전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 저는 계약직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하여 게임 번역 업무만 하다가 PM 성격의 업무를 하는 팀장으로 퇴사하여, 현재는 프리랜서 게임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이곳저곳 회사를 옮겨 다녔습니다.) 현재 주기적으로 크고 작은 의뢰를 주는 업체는 2곳이고, 모바일 게임사 1곳과는 주 30시간 정도의 계약을 맺어 원격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격 근무 포지션을 잡을 수 있으면 꼭 잡으세요. 파트타임이면 더 좋습니다. 남는 시간에 다른 프리랜서 프로젝트를 할 수 있거든요. 저 경우엔 LinkedIn을 통해 회사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테스트와 면접을 진행하고 계약을 맺었습니다. 시간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매월 실제 번역량에 관계없이 일정한 월급이 나옵니다. 


집에서 자유롭게 근무가 가능하고, 일반 프리랜서와 다르게 원격 근무를 하여 매달 고정급여가 나오므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나름 편안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풀타임으로 계약한다고 가정하고 회사 다닐 때랑 비교해 보면 표면적인 연봉 차이도 그렇게 크지 않을뿐더러, 실제 근무 시간은 60-80% 정도 감소했으니 그야말로 큰 이득이라고 할 수 있죠. 덕분에 그동안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도 (블로그 포함) 좀 더 여유를 갖고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조금 길어졌네요!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자주 물어볼 것 같은 질문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8-11-07 03:05:46

군더더기 없는 첫 글 제목입니다. 검색을 통해 이 곳에 오신 분들 중 게임 번역가 지망생도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므로 영한 번역 기준임을 알려드리며,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 게임 번역가의 자격 요건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첫째는 언어적 소양입니다. 외국어는 독해가 중요하고, 국어는 작문이 중요합니다. 지나친 번역투 때문에 게임 몰입이 깨졌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국어 작문에 대한 고민 없이, "내용"을 옮기는 번역이 아닌 "문장"을 옮기는 번역만 하면 그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는 집중력과 꼼꼼함입니다. 몇 만 단어가 넘어가는 큰 프로젝트의 경우 몇 주간 해당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하여 고객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외에도 필요한 자료조사를 하며 번역을 진행하고, 검수자가 따로 있긴 하지만 내가 납품한 파일이 그대로 출시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오탈자나 내용/설정상 오류까지 잡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자료조사는 특히 자신이 용어 정의를 직접 해야 할 때 중요합니다.


셋째는 창의력입니다. 흔히 센스라고 하죠. 언어적 소양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특히 다국어 마케팅 캠페인 프로젝트를 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엔 게임 내 각종 이벤트를 동시에 다국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SNS 포스팅 등) 게임 번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 세 가지를 모두 고려하며 만족할 만한 속도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하루 6-7시간에 2,500 단어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하루 3,000 단어를 넘어가면 날림으로 간주합니다. (물론 가끔 불가피하게 3,000 단어 이상을 해야 할 경우도 있긴 합니다.)


자격 요건이라고 했습니다만, 모두 객관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께는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2. 시장 진입


자격 요건을 어느정도 갖췄으니 이제 데뷔하는 것이 수순입니다. 


I. 이력서 준비

깔끔한 포맷의 이력서를 국문, 영문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포맷은 인터넷에 검색해 보시고 참고하면 됩니다. 번역가 이력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경력 부분이죠. 숙련된 번역가분들의 이력서를 보면 이 부분에 그동안 자신이 했던 프로젝트를 쭉 나열하여 몇 장씩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발을 들이고 싶은 초보 분들은 딱히 채울 만한 것이 없어 난감하죠.


단순한 웹사이트 형식으로 이력서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요즘에는 LinkedIn으로 이를 대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듯 이력서는 준비가 되었는데, 텅텅 빈 경력란은 어떻게 할까요?


II. 들이대기

무엇이든 어디든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르바이트 채용 포탈에 번역 사무보조 알바 공고가 올라오는지 눈여겨보세요. 풀타임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일단 처음에는 이력서 경력란에 넣을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한 거니까요. 게임회사나 IT회사 알바면 같은 계열이니 더욱 좋겠죠. 번역 내근직은 보통 6개월-2년 사이 계약직 자리가 있으니, 급여가 나쁘지 않으면 입사해서 어느 정도의 회사 생활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경로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학생이거나 기타 사유로 파트타임 내근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마추어 프로젝트에 참가해 경험치를 쌓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에도 유저 한글화 커뮤니티가 나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게임 커뮤니티를 돌아보거나, 아마추어 번역을 하는 커뮤니티를 찾아 프로젝트에 참가해 보세요. 초보라 딱히 경력이 없는 경우, 이력서에 아마추어 작업 이력을 적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경력란이 조금 채워졌으면 이제 번역 에이전시에 이력서를 돌릴 수 있습니다. 게임 로컬라이제이션 전문 회사에 지원을 하셔야 나중에 게임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으며, 회사에서 여러분의 이력서를 받은 후 마음에 들면 테스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테스트는 번역만 하는 경우도 있고, 번역과 검수 두 가지 모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그 후에 맞는 일이 있을 때 의뢰를 받아 작업하게 되지요. 



자신에게 맞는 내근직을 찾아 회사에 들어가거나 번역 업체 테스트를 통과하여 프리랜서 등록을 하였다면 게임 번역가로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디딘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 번역가라고 하면 프리랜서 번역가를 떠올릴 만큼,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서 그런지 회사에서 번역 업무를 하는 분들에게 번역가라는 명칭은 왠지 어색한 느낌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게임)회사 생활과 프리랜서 생활의 장단점, 재택근무 요령, 그리고 지망생 분들이 자주 하실 것 같은 질문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